한국YMCA 청소년 모의투표, 참정권 확대를 향한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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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회 작성일 25-05-07 14:21본문
청소년 모의투표, 단순한 체험 넘어 '참정권 운동'으로, 청소년 모의투표 법제화가 필요하다.
6.3.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청소년 모의투표는 표면적으로는 선거를 흉내 내 보는 교육활동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민주주의 체험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주도하는 참정권 운동입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참정권 확대의 역사였듯이, 지금 이 모의투표 운동은 정치 참여의 지평을 청소년 세대까지 넓히려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미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우리나라는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한 차례 낮춘 바 있고, 오스트리아(만 16세), 그리스(만 17세) 등 해외 여러 나라들도 청소년 투표권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당사자로서 결의하고 참여해 이루어가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모의투표가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권 의식을 직접 표현하며 실질적 참정권 실현을 향해 내딛는 의미 있는 한 걸음임을 보여줍니다.
지금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선거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호기심 때문이 아닙니다. 입시 제도나 교육 정책,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환경 정책 등 청소년의 현재 삶과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 주로 정치와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투표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권리가 없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달라는 요구는 정당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실제로 2020년 서울시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서울 지역 고등학생의 65%가 투표 연령 인하에 찬성했는데, 그 이유로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43.6%)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부과된 사회적 책임에 상응하는 권리를 원하고 있으며, 단순히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미래 유권자로서 일찍부터 사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근거 있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에서는 ‘청소년 10만 명 참여’라는 대담한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이 10만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닙니다. 설령 공식적인 선거 연령에 못 미치는 청소년들이라 해도, 무려 10만 명이 한목소리로 투표에 참여해 의견을 표명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성 정치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를 떠올려 보면, 2020년 총선에서 처음 투표권을 얻은 만 18세 유권자는 약 53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2%에 불과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그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10만 청소년의 투표결과는 비록 법적 효력이 없는 모의선거라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민의로 부각될 것입니다.
더구나 이 목표는 결코 허황된 숫자가 아닙니다. 2017년 이후 다섯 차례 실시된 청소년 모의투표에 누적 15만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한 바 있고, 이미 전국 17개 시·도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투표소를 마련하여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등 탄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축적된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볼 때 10만 명 참여 달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며, 그만큼 청소년들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모의투표에 직접 참여해보는 경험은 교과서로 배우는 추상적인 지식과는 차원이 다른, 살아 있는 민주주의 학습입니다. 한 표를 행사하는 과정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정치적 주체성과 민주주의 감각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실제 모의선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읽어보고 친구들과 토론을 거쳐 직접 투표까지 해보게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정치적 효능감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교과서 속 이론에 머무르는 죽은 교육이 아니라, 청소년이 직접 투표를 체험해보는 모의선거야말로 그 어떤 교육 방법보다 효과적인 민주주의 교육”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모의투표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의견이 의미 있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민주사회에서 능동적 참여를习惯처럼 익히게 하는 데 실제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학교 교육만으로는 정치·민주시민교육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입시 위주의 분위기 탓에 교실에서 시사 현안이나 선거에 대해 토론하고 학습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 모의투표는 학교 시민교육의 공백을 메워주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모의투표를 통해 실제 정치 참여를 연습해 볼 수 있고, 나아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은 정치 참여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학교의 정치교육 부재를 지적했고, 참여율을 높이려면 선거 관련 실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이번 모의투표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후보에게 정책을 질문하고 공약을 검증하는 활동까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교과서로는 얻기 힘든 살아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는 정부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앞장서 학교 내 모의선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 정규 교육과정 속에 이러한 민주시민교육을 제도화하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자는 논의에 반대하며 흔히 제시되는 우려 중 하나가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쉽게 선동당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편견에 가깝습니다. 우선 해외 사례를 보겠습니다. 이미 만 16~17세 청소년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한 오스트리아에서는 관련 연구를 통해 청소년 유권자의 판단 능력이나 투표의 질이 성인과 다르지 않다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또한 우리 역사에서도 4·19혁명, 부마항쟁, 촛불집회 등 중요한 민주화 운동 과정마다 중·고등학생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변화를 이끈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교육과 환경입니다. 누구나 적절한 교육과 사회적 경험을 쌓으면 충분한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선동의 위험성은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성인들조차 가짜 뉴스에 영향을 받아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정치 참여를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되, 건전한 토론 문화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어떤 선동에도 휘둘리지 않을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일일 것입니다. 참고로 18세 유권자에게 처음으로 투표권이 주어졌던 선거에서, 청소년·청년층은 특정 정당에 일방적으로 쏠리기보다 높은 주거비, 취업난, 젠더 갈등등 각 이슈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며 여당과 야당을 오가는 스윙보터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청소년을 획일적으로 미성숙하다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6.3 청소년 모의투표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크게 두 가지 사회적 논의가 뒤따라야 합니다. 첫째, 선거권 연령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만 16세 투표권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청소년들의 성숙도와 정치의식을 고려하여, 만 16~17세 청소년들에게까지 단계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논의를 시작할 때입니다. 가령 청소년과 직접 관련이 깊은 교육감 선거 등부터 참정권을 확대해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조치가 병행돼야 합니다. 현행법상 18세 미만 청소년은 정당 가입이 어렵고 선거운동 참여도 제한되어 있는 만큼, 이러한 장벽을 제거하여 청소년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나아가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을 그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현재의 권리 있는 시민으로 대우하여, 학생회나 학교 운영에 학생들이 참여할 권리를 확실히 보장하고 학생의 의사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명시한 학생인권법 제정도 논의해야 합니다. 요컨대 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정치적으로 포용하기 위한 법·제도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야만, 이번 청소년 참정권 운동이 지속적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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